거시경제학 정리#8 부록 : 투자, 그리고 다기간 IS-LM 모형

오랫동안 경제학 글을 쓰지 않았다.
그것은 경제학이란 학문이 이야, 이거 결국 거짓말이잖아. 이기적 인간상을 정당화시키는 녀석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기간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을 나누는 시작으로 또한 경제학을 떡밥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시 키보드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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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도 급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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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먼저는 상식적으로 접근 해 보자.

누군가가 돈을 빌려다 쓴다.
그렇다면, 어느순간 그 부분을 잘 나눠서 갚든, 확 한번에 갚든, 부도를 내든 - 빌려다가 쓴 후폭풍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을 간단하게 생각한다면, 돈을 빚지는 행위는 :

1. 1을 빚져서
2. 어디엔가에 쏟아 부어
3. 결국 2를 만들어내어
4. 처음의 1을 갚고 나머지 1의 잉여를 사회에 돌리는

것을 목적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빚짐'은 : 1의 자원을 어딘가에 쏟아부어 시간이 흐른 후 1+a의 자원을 얻어내는 활동. 이어야 그 목적을 이룰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투자'라고 부르는 것인데,

상황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즉, a가 음수라면?

이것은 우리가 '망했다'라고 부르는 것이다. (a=-1 이면 깡통을 찼다. 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투자'를 사후적으로;; 두가지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 : 망한 투자 - malinvestment와, 성공한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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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정책의 효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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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또한 그렇다. 재정적자를 감내하며 확장재정정책을 편다면, 그것의 열매가 그것의 후폭풍보다 뭐라도 하나 더 나아서 정책을 펴는 것이다.

확장재정정책이 비난을 받는다면, 그것이 망한 투자가 될 것이기 때문이며,
재정정책이 결국 성공한 투자의 역할을 해낸다면, 오히려 칭송을 받을 것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 정부의 역할이 이랬을 것이다.

근데 생각하기에, 재정정책은 투자라기 보다는 소비의 성격을 가진다고 지금까지 다루어 왔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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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의 효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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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0 에서 부르짖기를,

돈줄순서가 부→빈 순으로 형성된 경제에서, '공급측면을 자극하지 못하는 확장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으로 빈부격차를 늘릴 뿐이다.

라고 했었다. 앞의 이야기를 이용해서 간단히 말하면, 돈을 풀어서 성공한 투자가 많이 일어나야지만, 그 통화정책은 비로소 유익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근데 확장통화정책은 돈을 풀어서, 사람들이 돈을 빌려쓰기 쉽게 만들어서 소비지출이든 투자지출이든 하여간 수요를 확 부풀리는 정책이다.

성공한 투자로 공급측면의 확대를 불러와야 비로소 유익한 통화정책은, 직접적으로는 공급이 아니라 '수요' 부분을 자극하는 녀석이다.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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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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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총수요 관리 정책'이라고 부른다. 재정정책(G)으로 총수요(Z=C+I+G)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통화정책은 이자율과 대출의 용이성을 제어하여 소비(C)와 투자(I)로 총수요(Z)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녀석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결과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불어난 총수요로 인해
1. 경제의 생산잠재력이 깎여나가는 것을 방지하거나
2. 성공'할' 투자가 다량 발생하는 경우

로 연결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수요와 공급이 같이 가 줘야 제대로된 성장이 일어난다는 맥락에서 재정정책이든 통화정책이든 펴야 한다는 것인데,

한발짝 더 나가면 이런 것이다 : 우리가 진짜 제대로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 성공할 투자가 있어야 하고
2. 성공할 투자에 수요가 적절히 걸려줘서
3. 성공할 투자가 결국 성공해서
4. 2를 생산하여 빚진 1을 갚고 남은 1이 사회적 이득에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저것들에 앞서

0. 성공할 투자가 있기 위해 '적절한 미래의 수요'가 예상되어야 한다.

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 되겠다. 저 0~4 에서 '수요'가 제 역할을 해주도록 정책을 펼 때, 그것이 유효한 정책이 된다.

자, 그럼 잠깐 경제학 교과서의 투자론을 간단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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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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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교과서에서 다루는 투자이론들은

고전학파의 투자이론 - 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이득(이 뭔지는 구체적으로 난 잘 모르겠지만, 전문가들은 알거야)을 잘 계산하면 투자가 이루어질지 안이루어질지 알 수 있다.
토빈의 q이론 - 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이득은 주식시장의 정보를 잘 이용하면 바로 알 수 있다.
투자의 가속도이론 - 뭔진 모르겠지만, 소비의 연쇄과정 ( Y->C->Y->C->...) 처럼 투자에도 Y→I→Y→I→...의 연쇄과정이 있더라.
딕싯의 옵션이론 - 투자에 따르는 비용과 이득에는 '언제 투자를 시행할 것인가'가 무척이나 큰 영향을 미치며, 이는 '불확실성'을 명시적 변수로 고려해야 함을 의미한다.

뭐 이런식의 이야기들을 한다.

한마디로,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망한 투자와 성공한 투자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질이자율이 0보다 클 것이라고 가정한다. 즉, 경제학에서의 투자는 평균적으로 - 무조건 성공한 투자로 가정된다.

게다가 투자의 전제조건으로서의 수요 - 내가 투자해서 만든 녀석이 결국 팔려서 돈이 될 것인지! - 에 대한 예측 부분은 그다지 명시적으로 다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글에서는 저 두번째의 갭을 간단하게나마 메꿔보자. 그러면 몇가지 재밌는 이야기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망할 투자와 성공할 투자를 구분하는 이야기도 해 보자. 이건 정말 재밌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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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기간 IS-LM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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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IS-LM 모형을 2개 가져오자. 하나는 현재(1기)의 경제상태를, 다른 하나는 미래(2기)의 경제상태를 나타낸다.
(주로 1기에 돈을 빌리면, 2기는 그 돈을 되갚는 시기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방금의 이야기를 모형에 접목한다면, 현재의 투자(I1)는 미래의 수요(Z2)에 크게 영향받는다고 볼 수 있다.
즉,

I1 = 투자함수(현재 이자율-, 미래 수요+)

로써 새로이 투자행태방정식을 설정한다는 뜻이다.

Z2를 결정짓는 요인들은, C2, I2, G2 인데,

자 보자.


------------------------------------------------------ C2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우리의 모형은 C2 = 소비함수(Y2+) 이므로, 2기의 소득이 가장 확실한 녀석이다.
2기의 소득은 두가지로 구성되는데, 먼저 :

1. 지금 당장 안쓰고 저축한 부분 (S1 = Y1-C1)
2. 2기의 생산능력

저것들이 탄탄할 수록 미래의 소비가 확대 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투자할 맛 나겠다.


------------------------------------------------------ I2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우리의 모형은 I2 = 투자함수(i-)로 설정했었다. 방금의 이야기를 덧붙이면 I2 = 투자함수(i2-, 3기의 수요++)가 되겠지만, 3기는 생각하지 말기로 하고...

한마디로, 장래에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게 되어서 수요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를 것인가?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는 이야기가 되겠다.


------------------------------------------------------ G2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앞에서 잠깐 이야기 했던 것처럼,
정부가 1기에 돈을 마구 끌어다 써서 2기에 빚더미에 올라있다면 G2는 필연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아까 C2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 현재 정부의 재정상태가 얼마나 건전한지의 정보가,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결론


1기와 2기는 아래와 같은 연결고리를 갖는다.

1. 저축 : 1기의 저축은 2기의 소득이 되어 2기 소비에 영향을 준다.
2. 투자 : 1기의 투자는 2기의 수요에 영향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미래의 생산능력(Y2 생산함수)과 함께
현재 총수요의 재정건전성 - 저축과 빚 - 의 정보가 투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런 맥락에서 확장재정정책과, 확장통화정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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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재정정책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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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IS 곡선을 배우면서, '정부가 돈 가져다 쓰면 기업의 돈줄을 말리는 셈이다'의 논리로, 재정정책은 그만큼의 투자의 감소를 가져올것이라는 고전학파의 비판을 들었다.

비슷하지만 다른 맥락으로, 빚을 지는 확장적 재정정책은 빚을 갚게되는 시점의 총수요를 수축시킬 것이므로 현재의 투자를 비관적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

이 이야기는

1. 확장적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GDP를 증가시키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GDP를 감소시키는 경향을 가진다.
2. 과거 미국과 유럽의 재정건전화(세율인상, 재정증가 억제 등) 기간에 오히려 GDP의 증가가 나타났다.

등의 경험적 증거들이 그 뒷받침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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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 통화정책과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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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확장통화정책은 이자율을 낮추어서 빚을 늘린다. 한편으로 보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 많아 진다는 것이므로, 투자를 자극할 것이라 기대되나,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 전체의 재정건전성을 저해하는 효과를 갖는다. 카드 할부를 남발하면 - 미래 소비는 감소할 공산이 크다.

특히나 요즘 같이 엄청난 저금리 시대에는, 안전자산에의 저축이 크게 줄어들면서 - 미래 총수요의 확실한 재원이 줄어들고, 주식투자 같은 불확실한 재원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새로 설정한 투자함수 - 현재 이자율이 낮으면 투자가 증가하지만, 미래 수요가 불확실하면 투자가 감소하는 - 에서는 투자가 증가할지 감소할지 알 수 없으며, 생각건대 이자율이 싸다고 해도 미래가 불투명하면 투자는 오히려 감소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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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대체 뭐가 어떻게 된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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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확장적 총수요관리정책은 미래의 것을 가져와서 현재의 풍선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이것이 결과적으로 유익할 것인지의 문제는,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시키고도 남을 투자의 열매가 맺히는가에 달려있다.

즉, 미래의 것을 가져와서 현재의 '성공할 투자'에 쏟아붓는 것이 아닌 이상, 그 정책효과는 우리가 IS-LM에서 단순히 봤던 그것 - 재정지출 증가하면, 잘살게 되고 / 돈 풀면 잘살게 되고 - 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겠다.

그렇다면 성공할 투자와 망할 투자를 구분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이야기로 이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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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 망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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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투자를 이야기는 바로 성장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에 잠시 미뤄두더라도, 망할 투자에 대한 이야기는 쉽게 할 수 있다.

돈을 빌리기 쉽게 되어서 - 돈 빌려 집사고 땅사고 자동차 사고 카드 긁고 할부 남발하고 현금서비스 받아서 관리비 메꾸고 하는 식의 지출이 크게 증가한다면, 이는 그 자체로도 망할 투자이지만, 경제 내에 수 많은 망할 투자를 양산하게 된다. 건전한 분야에 투입될 양 이상의 빚이 넘치면, 결국은 그 돈을 먹기 위해 제대로된 수익을 못낼 사업이라도 차리게 된다는 뜻이다.

즉, 저금리로써 경제의 총수요를 자극하는 경로가 - 성공할 투자들이 자금줄을 찾는 모양새가 아니라 거품과 빚잔치의 모양새가 되어버리면, 이는 망조인 것이고,

빚내서 추경예산 편성하고 등등 하더라도 - 성공할 투자들이 쭉쭉 뻗어나갈 지원이 이루어지는 모양새가 아니라 눈먼돈과 중복투자의 모양새가 되어버리면, 이는 망조인 것이라는 뜻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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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 상황을 생각해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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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위의 모형을 가지고 생각해 보자. 현재의 투자를 극대화 하면서도, 나름 괜찮은 현재를 누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먼저 탄탄한 저축이 경제에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금리가 높더라도, 미래 수요의 증가예상이 고금리에 따른 자금조달의 애로사항을 추월할 수 있다면, 오히려 투자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겠다.
정부와 가계의 저축이 탄탄하려면, 당장의 소비지출, 정부지출은 줄어들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이 줄어든 총수요를 외국에서 가져올 수 있으면 이상적이겠다. 바로 수출이다.

적절한 시장개방으로 국내 생산에 걸릴 커다란 해외수요를 창출하면서,
탄탄한 저축을 확보하고
이것으로 '질 높은 투자'를 계속 이루어서, 공급능력의 확대 및 추가적인 수요를 창출해 나가는 형태면

아-주 좋을 것인데,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6~70년대에 있었던 일들이 이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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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 생산활동의 질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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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질문은 어떤가 : 우리가 성공할 투자 / 망할 투자로 투자의 '질'을 나눈 것처럼, 생산활동에는 1. 성장을 가져오는 생산활동이 있는가 하면 2. 성장과는 관련이 없는, 혹은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생산활동이 있는 것은 아닐까?

명백히 그렇다. 생산활동들에는 급수가 있다. 질적 차이가 있다. 그것이 남한과 북한의 지난 50년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질적 차이는 경제학 교과서의 수학적 모형에서 다룰 수가 없는 부분이어서, 그것이 사장되고 있다. 자칫하면 이 중요한 논점을 완전히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이 생산활동들을 질적으로 분류하여 연구한 자료가 있다면 - 그것이야 말로 경제성장을 다룸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지식이 될 것이다.

다음 번에 그 이야기를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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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학생 2017/03/13 09:49 # 삭제 답글

    오랜만에 방문했더니 새 글이 있어서 반갑습니다. 오늘도 여러 생각 배워갑니다.
  • 문재인 2017/06/06 12:19 # 삭제 답글

    문재인섹 경제장책 어떻게 보나요.

    일자리 만들고 산업단지 육성하는거
  • 질문러 2019/09/14 12:41 # 삭제 답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제가 경제학도인데 혹시 다기간 is-lm 모형 어떤 책에 나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 xerx 2019/09/18 10:52 # 삭제

    안녕하세요. 방문 감사드립니다.
    다기간 모형은 is-lm의 간단한 확장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blanchard 거시경제학에서 봤던 것 같네요. IS는 미래예상적으로 고치면서 미래 변수들을 포함해 주되, LM 부분의 다기간 확장을 하더라도 현재 변수들만 가지고서 의사결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쪽은 별달리 손 볼게 없다... 형태의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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