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쟈고랴
by Xe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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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재혁과 떠들던 글 - 연쇄살인과 사형.
떡밥은 재혁과의 이야기에서 물어와서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소재는 http://arexi.egloos.com/2263063 - 누가 우리 대통령님좀 말려줘요


리플에 글쓴이가 달은 답변이 있었다:

법에는 용서가 없습니다. 그것이 법치국가를 살고 있는 우리 사회의 합의입니다. 법에 따라 그는 처벌을 받을 것이고, 평생동안 많은 이들이 그를 증오할 것입니다.

그러한 증오에 못이겨, 죽이고 싶다면 죽이면 됩니다. 그러나 강호순을 지금 누군가가 죽인다고 한들, 그 역시 처벌을 받게 됩니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그를 구속 중인 검찰이 그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고요.

누군가가 강호순을 죽인다고 해 봅시다. 그를 처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사회의 법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국가가 강호순을 죽이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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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과의 대화에서, 재혁은 사형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나는 입장을 유보했지만 인간 생명의 절대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그러나 우리는, 특별히 정책결정자는 피할수 없이 인간 생명을 저울에 달아야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트랙백한 글에서 '실질적 사형폐지국'의 개념을 접했으며,
실질적 사형폐지국에서 선고되는 사형선고 또한 그 나름의 사회적 "가치판단", 어떤 선언적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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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이러저러한 가치들을 양화(quantify)해보는 버릇이 들어있는 편이다.

인간의 죽음 - 특히 타살 - 이라는 것은 일정한 고통 혹은 충격이 선천적으로 정해진 (나름 개인차가 있겠지만) 임계점을 넘는 순간발생하는 것이라 가정하자.
그렇다면, 수직선 이쪽에는 '접촉' 저 쪽에는 '살해'의 개념을 놓고 숫자를 매길 수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중간 상당한 부분쯤에 '폭력'이 있음직하다.


이러한 세계관이라면, '접촉'이나 '주먹질'이 일상다반사로 인식되어지는 사회에서는 충분히, 개인이 개인을 살해할 수는 없지만 국가가 개인을 살해할 수 있다.
다수결 등 사회적합의에 의해 누군가를 죽인다고 결정할 때, 그 의사결정에 참여하여 찬성표를 던지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짊어진다. 그러나 위와 같은 세계관이라면, 인간생명을 충분히 소중히하는 개인이라고 해도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 한 사람을 죽이는 일은 쉽다. 많이 많이 모여서 한 사람이 짊어지는 도덕적 책무의 크기를 '주먹질'정도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나누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게임은 잘 짜여져야 한다. 사형대상자를 놓고 개개인이 순차적으로 주먹질을 한번씩 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된다. 죽음의 순간에 주먹을 날리는 개인은 다른사람과 다른 특별한 비용, 트라우마를 겪을 것이기 때문이다.

투표에 참여한 숫자만큼의 주먹 모형을 사형 대상자에게 뱅 둘러 배치하고, 타이밍을 맞추어 버튼을 누르면 주먹이 발사된다고하자. 사형대상자는 죽지만, 내가 저지른 일은 그저 주먹질일 뿐이다.

그래도 무언가 마음이 무겁다면 펀드를 조성하여 인류발전연구소를 설립하여 국가발전이라는 목적하에 박사들을 소집하고 로봇을 만들자. 이것이 완성되면 과학자의 자녀로 하여금 '국가발전'이라는 스위치를 누르게 하자. 교묘하게 조작된 설계도는 로봇을 움직이기 시작한 로봇으로 하여금 사형대상자의 목숨을 뺏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르는게 약이겠지만, 안타깝게도 펀드의 결과가 저런식으로 나타난다고, 선한 도덕감정의 사람들이 알았다면 좀 문제가 복잡해지려나. 상관없다. 펀드의 자금을 대부분 여러 사회복지에도 쓰여지도록 하면서 그 중의 일부만을 '치안유지'라는 명목으로 저 연구소 운영비로 설정하도록 하자.

이런저런 과정을 통해 선한 도덕감정의 개인과 사형대상자와의 거리를 넓히고 부담을 나누고 disturbing한 장면과 소리를 가려버리면,

선한 사람들의 국가는 충분히 개인을 살해할 수 있다.

그 사형 대상자가 이번 사건과 같은 분노의 대상이라면 더더욱 간편하게.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진짜로 일어난다면, 우리 사회 사람들의 세계관이 저러저러할 개연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 흉악범에 대한 분노가 사형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의 질문에는 별 쓸모가 없는 글이 되었다.

다만 동일한 논리를 적용해서 이러이러한 과정이 공평하기 위해서는. 살인에 부과되는 사회적 처벌(사형이라고하자)을 잘게 나누어서, "사형을 주장"하는 사람들과 그 이면의 게임을 준비한 이들의 책임에 적절하게 분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형이라는 살인의 책임을 제대로 나누는 과정이 말이다.

권리와 그에 합당한 의무를 설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족이 되겠지만: 저것을 설정한다 해도 기존 권리와 의무의 불일치에서 이득을 보아왔던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그 균형을 어찌 지켜내는가 역시 참 어렵고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by Xerx | 2009/02/05 17:04 |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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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해수 at 2009/02/05 17:42
30명이 약물을 조금씩 주사해서 치사량에 도달하게 하여 사람을 죽이면 살인죄일까 과실치사일까 무죄일까
Commented by Xerx at 2009/02/15 00:16
끄덕. intended 여부가 들어가면서부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황금률을 적용하기가 무척 난해해지기 시작하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부분은 그렇게 30명이 사람을 죽이면 한 명의 개인은 어떤 책임을 어느정도 부담해야 사회적으로 최적인가 하는 문제야. 더 나아가서는 시스템적으로 그러한 적정량의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있는가 하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형법에 관한 이슈가 될 수 있을까나 모르겠다 -_-;

군대가기 전에 본다본다 해놓고서 난 딴짓만 하네 [먼산]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9/02/05 19:29
안녕하세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음, 저의 경우에는 모처럼 진지하고 떠들썩하지 않게 댓글토론을 했어요. 들러주시는 분들도 매너가 좋은 편이어서 덕을 본 것 같습니다.

<... 흉악범에 대한 분노가 사형을 주장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 바람직한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윤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러한 현상 자체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예요. 아무리 인권선진국이고, 부처님들만 모여살고 있는 나라라고 해도 저러한 주장은 반드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그러한 주장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렴되는 과정이지요.

우리 사회는 묘한 구석이 있어서, 마치 종교분쟁이 없는 것처럼, 사형에 대해서도 분쟁으로 나아가고 있지는 않아요. 신기하죠? 인권수준이 딱히 높은 국가는 아닌데도, 어쨌든 전체의 합의를 무너트리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사형집행의 가능성은 이후로도 0%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의사결정의 과정이 지금은 대단히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것이지요. Xerx님이 지적하신 것처럼, 그 균형을 지키는 것이 너무나 복잡하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없습니다. 그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구요.
Commented by Xerx at 2009/02/15 00:19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해 두다니 참 무책임한 트랙백이었습니다; 사과의 말씀을 드려야 할듯;;;

지적해주신 부분은 신기하네요. 주장이 대립될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분쟁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라니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상유지밖에는 불가능한 상황인데 그 '현상'이란것이 신기하게 인권수준이 높은듯한 국가들의 그것을 이미 따르고 있다는 이야기군요.

어찌본다면 외국의 선례를 연구해서 빨리빨리 들여온 과거의 부작용아닌 부작용인걸까요.
Commented by bb at 2009/02/11 13:49
b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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