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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금요일에 세계지리 수업을 듣는다. 흥미로운 부분은, 기아, 빈곤(슬럼), 자원분쟁, 인구문제, 거대도시 등의 주제를 가지고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해준다는 것인데. ----------------------------------------------------------------------------------- 예전에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던가,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을 유엔 식량조사국 연구원인 장 지글러가 썼더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미 1980년대 생산력을 기준으로 해서 전세계 120억 인구가 하루 2400~2700칼로리(kcal=Cal)를 섭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가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아프리카의 여러나라는 내전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난민들의 굶주림이 가장 알기 쉬운 이유일 것이고. 그러나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점들도 있는데 몇가지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기아가 발생하는 나라는 농업생산력 측면에서 그리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이 재배하는 것은 주로 상품작물 - 즉 식량이 아닌 커피나 사탕수수 등이다. 이들을 국제 시장에 내다 팔고서 그 돈으로 밀이나 옥수수, 쌀 등의 식량을 사들여 오는 것인데 이런식으로 시장을 통해야 식량자원을 조달 할 수 있는 경우 시장지배자에게 등쳐먹힘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게다가 주로 부패한 기득권층이 지주계급이라 생산된 곡물로 만들어진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반 농민들에게는 아주 적은 수준의 것들만 돌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상품작물의 경작은 식민지 시대로 그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식량자원을 생산하는 국가도 어려움을 겪는다. 세계곡물시장은 소수 곡물메이저에 의해 과점된 상황인데, 이들의 담합이 곡물가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곡물이 출하될 경우에는 창고의 곡물을 풀어서 가격을 낮추고, 곡물의 가격이 오를 기미가 보이면 대량으로 사들여서 가격을 높인다. 이때는 주로 춘궁기라서 식량이 부족한 나라의 정부나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기구가 식량을 높은 값에라도 사 들여야 하는 상황이므로 이들에게 웃돈을 받으며 파는 것이다. 마지막의 경우가 참 허탈한게, 많은 선의의 기여금이 모인 국제구호단체, 식량기구가 결국 메이저들에게 기여금의 상당부분을 뜯기게 되어있는 구조인 것이다. 또 국민들에게 걷은 세금으로 원조를 하면 그 돈이 이런식으로 기업들에게로 흘러가는 구조랄까. 참 잘 짜여진 판이다. 또 가슴아픈 일들은 가난한 나라에서 뭔가 좀 제대로된 일들을 해보려고 하는 새로운 세력들이 힘을 얻으면 선진국에서는 그 국가의 부패한 기득권층을 자극하여 이러한 정권을 축출하게끔 개입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이 부패한 기득권층은 선진국의 꼭두각시인 경우도 있고... 아니면 그러한 '가난한 체제'가 선진국의 기업에게 큰 이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아옌데의 예를 말하자면, 소아과 의사 출신의 혁명가인데 칠레의 유아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국가적으로 분유의 무상제공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더랬다. 당선이 되었는데 칠레시장을 독점하고 있던 네슬레가 이를 마땅치 않게 여겨서, 제값을 주고 구입하겠다는 칠레 정부의 제안을 거절, 분유를 공급하지 않는다. 이와 동시에 당시에는 이념전쟁이 한창이라, 이런 사회주의 노선을 반기지 않은 선진국의 국가기관이 개입해서 공장, 광산의 노동자들의 태업이나 파업을 부추기고, 민심이 흉흉해진 상태에서 쿠데타 세력을 도와주는 형식으로 아옌데를 끌어내린다. (아옌데는 대통령궁에서 쿠데타군과 맞서다가 살해당한다.) 참 어이없는 이야기들이다. --------------------------------------------------------------------------------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곳에 사는 사람들인 우리는 지구 반대편에서 몇초에 한명씩 어린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간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 난감하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보다 더 난감한 것은 이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들이다. 가장 단순하게는 맬서스적인 - 안 그래도 사람이 많으니 좀 죽어줘야 하지 않겠어? - 하는 입장들. 쉽게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 이러한 입장을 제대로 반박해낼 논리가 그리 깔끔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오 식빵, 니가 굶어봐 그런 소리 나오나- 정도의 반응밖에는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달까. 뭐라고 해야 좋을까. 이러한 예가 좋겠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다. 군수산업의 단기적인 호황이 예상되었다. 그래서 군수산업체의 주식을 샀다. 이러한 행동을 전쟁을 조장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할 수 있을 것인가? 비난할 수 있어야, 간접적으로나마 '안 그래도 사람이 많으니 좀 죽어줘야 하지 않겠어?'라고 하는 상대방에게 '바로 네가 죽이고 있는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 앞에서 살펴보았다시피, 수많은 아이들이 굶주려 죽어가고 고통받고 있는 것은 세상이 그렇게 되어있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서 조장된 모순이 그런식으로 폭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범을 잡아 족칠수 있으면 좋은데, 이러한 책임은 너무나도 분산되어 있다. 현대의 효율적(인만큼 위험한)인 금융시스템이 아주 효과적으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 그래서 상황이 나쁠 땐 다같이 망하는 - 것과 비슷하게, 어떠한 가슴아픈 현상에 대한 책임이 시장을 통해 너무 효과적으로 분산되어 있다. -------------------------------------------------------------------------------- 시장에 대한 비판은 경제학에 기반하고 있어야 폼이 나게 된다. 덮어놓고 신자유주의 ㄱㅅ FTA ㅆㅂ 하는 것들이 자극적이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맥락과 비례해서 말이지. 위와 같은 경우를 어떻게 비판할 수 있을까.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한편으로 그 물건(또는 서비스)이 사람들 사이에 얼마나 필요한지를 말해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물건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나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반영한다. 상황이 좋다면, 시장가격은 사람들의 필요를 정확하게,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을 정확하게 반영한다. 이런 경우는 참 좋다. 개인들이 가격에 반응해서 움직인다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진다. (이때의 바람직은 단순히 효율성 측면에서의 판단을 말한다;) 그러나 상황이 나쁘다면, 시장가격은 그러한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때에 시장은 그 강점인 효율성을 달성하는데에 실패하는데, 이를 시장실패라고 한다. 개인들이 가격에 반응해서 움직이는데도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한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 메커니즘을 살짝 설명하자면 이런 것이다. 나는 독성물질이 나오는 공장을 운영한다. 이 폐수를 강에다가 그냥 버리는 것이 비용상 '저렴'하다. 이러한 저렴한 비용에 이끌려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 내 개인적으로는 효율적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내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 즉, 사회적으로 보면 폐수를 강에다 흘려보내는 것이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폐수를 방류하는 이기적 개인에게는 이러한 비용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시장이 실패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기적 개인에게 이러한 사회적 비용이 보이게 하도록 조치를 취하면 된다. 폐수를 방류하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을 정확하게 벌금으로 물린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폐수방류의 비용과 편익을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비용이 크다면, 폐수를 방류하지 않을 것이고, 벌금을 물어도 편익이 크다면 벌금을 지불하고 폐수를 방류한다. 저 벌금은 폐수방류로 인한 손해, 건강악화를 적절하게 상쇄시키거나 예방하는데에 사용할 수 있으므로, 누이좋고 매부좋은 셈이다. 바로 이 누이좋고 매부좋은 상황에서 시장의 효율성은 회복된다. 이러한 시장실패를 특별히 외부성externality이라고 한다는 것을 덧붙이도록 하자. 사회적인 피해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시장 외부에 놓여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장 실패라서 그렇다. 이러한 사회적 피해가 시장에서 거래되도록 행위 당사자에게 비용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면, 외부성은 해결된다. ----------------------------------------------------------------------------------- 자, 어떤 군수산업체의 주식 하나의 가격에, 전쟁의 진정한 사회적 비용이 포함되어 있을까? 조금 더 극단적인 예를 들자.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는 가격에, 살해될 대상이 살해됨으로 인해 발생되는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어 있을 것인가? 즉, 내가 교양수업 강사를 해치우기 위해 청부업자를 고용하는 경우, 그 고용비에 교양수업 강사가 받는 피해를 보상하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을 것인가? 명백히 그렇지 않다. 군수산업체의 주식과 같은 경우에도 정도는 약하지만 비슷한 논리의 적용이 가능하다. 군수산업의 주식 구입이 전쟁가능성을 높이고, 이러한 사회적 피해가 주식 가격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면, 그러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이득을 누린다는 점에서. 개인의 이득을 위해 폐수를 방류하는 행위에 비견할 수 있다. 아아. 비판하자. 거리낄 것이 없지 않은가. (한가지 재밌는 질문은, 어떤 경우에 살인청부업자의 고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 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살해당하는 강사의 피해를 충분히 보상하고 남을 정도로 강사 살해의 편익이 크다면 -_- (무슨 디트로이트메탈시티 같은 이야기가;;), 그 피해를 적절히 보상함과 동시에 살인청부업자를 고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바람직 하겠다 orz orz) ----------------------------------------------------------------------------------- 이러한 이야기는 수많은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술집에 가서, 평균적인 수준 이상으로 깽판을 쳐놓고 '나는 가격을 지불했으니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어'라고 주장하는 사람. 술집 운영의 평균적인 비용을 상승시킴 -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는 알바들의 불만을 상쇄시키기 위한 임금상승 등? - 으로 인해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으나 그러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브라질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여 얻어진 커피를, 다국적 기업이 정한 가격에 그냥 사 마시면서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착취로 인한 노동가능성의 저하라는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비자금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업의 상품을, 정해진 가격에 좋아라 구입하는 사람. 그 기업이 발생시키는 사회적 비용에 조금이나마 얻어타고서 이득을 누리고 있다는 점에서 잘못이다.... 등등 아마 성매매에 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와 뭐 이딴게 다 있어 싶은 이야기들인데, 한발짝 더 나가보자. ---------------------------------------------------------------------------------- 문제의 해결은 저러저러한 현상에 있어서, 개인들이 그 사회적 비용을 적절하게 부담하는 것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이기적 개인이라고 한다면 생각하기 어려운 가능성이긴 하지만. 예를들어 공정무역의 커피가 있다. 이 커피는 커피 생산에 있어서 발생하는 비용을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충분히 반영한 녀석이다. 이 물건의 가격을 기준으로 커피 소비의 의사결정을 행하면 위의 비효율은 발생하지 않는다. 더 재미있는 부분은, 시장이 균형에 이르렀을 때, 공정무역의 커피가 안그런 커피보다 얼마나 비쌀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가격의 갭은 그 사회의 소비자들이 커피 생산자들이 누리는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에 얼마만큼의 관심이 있는가를 나타낸다. 위험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경상도 지역과 전라도 지역에서 저 가격의 갭이 차이가 난다면, 갭이 큰 쪽이 작은쪽을 '어유 저 천한것들' 하면서 꼬나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 수준에 이르면, 공정무역 커피와 안그런 커피의 가격 갭은 소비자들의 커피생산자에 대한 관심에 더하여 사회적인 꼬나봄을 피하기 위해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가 혼합된 지표가 된다. 상황이 더 좋다면, 사회적으로 호오, 비싼 공정무역 커피만 마셔? 개념과 함께 좀 돈좀 있나본데- 하는 의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나라 소비자들의 허영은 커피 생산자들의 어려운 삶을 더욱 개선시킬 수 있는 것이다. 적절히 자극된 된장소비성향은 가난한 사람을 살찌운다. 이런 세상에. 다른 경우에 적용할 수 있을까? 기아문제의 해결에 노력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입하는 것. 영업활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소비자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 투명한 경영을 자랑으로 삼는 기업에 대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 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이것이 적절한 분위기를 잡아준다면, 이제 그러한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백안시, 도덕적 꼬나봄;을 통해 그러한 행동들을 한층 더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이런 행동에 동참하게 만들 수 있다. -------------------------------------------------------------------------------- 우리가 대면하고 있는 시장에는 많은 상품들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 어떤 것들은 우리의 도덕적 감성에 반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피고름이 묻어있는 녀석들이다.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소비해 왔을 수도, 알지만 별로 신경을 안썼을 수도, 일부러 신경을 쓰지 않으려 노력을 했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그러그러한 물건을 얻기 위해서 피고름을 감당할 수 밖에 없었던 시장 상황 때문이다. 만일 똑같은 품질의 상품인데 피고름만 묻어있지 않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당신은 그 피고름에 대해 알고 또한 마음이 무거운 정도만큼 그 피고름 없는 상품을 선호할 것이다. 가격의 갭이 존재하더라도 상식적인 수준이라면, 당신의 선의로 인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더 재밌는 것은 그 가격 갭은 당신의 인격을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로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작동하면, 당신은 이것에 투자할 유인을 갖게 된다. 그러한 투자가 증진될수록, 우리의 도덕적 감성이 보답받는 현실이, 그것도 시장에 의해 나타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를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이 저런, 피고름 묻지 않은 상품의 등장을 요구해야 하고, 이들의 소비를 권장해야 하고, 대안이 있음에도 피고름 묻은 상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을 살짝 백안시 해줄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야 하고, 이것을 위해 겉은 멀쩡한 상품 너머 존재하는 피고름의 현실을 알리고 나누어야 한다. 물론, 피고름이 묻지 않았다고 주장되는 물건들이 진짜 건전한 상품이어야 하고, 적절한 수준의 품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겠다. 이 부분이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지만 해결책은 상대적으로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기까지 하려고 한다. ----------------------------------------------------------------------------- 이상 잡상 끝. 시장에 의해 발생하는 전세계적 모순이 역시 시장에 의해서 해결될 가능성이 있는데, 그것이 우리같은 소비자 한사람한사람의 행동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는 부분이 참 고무적이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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