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기대하고 봤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공포물은 싫어하는데, 이건 그걸 극복하고서라도 봐야할 작품.


신림동에서 같이 사는 선배랑 용산 랜드시네마에 조조로 보러 갔는데

사운드 훌륭하고 사람없고. 대만족.


딱 보고 나서 감탄에 서로 할말을 잊고 버스를 탔다.


"아 정말 영화를 어떻게 이렇게 잘만들수가 있냐;"

"감독이 괴물이에요;;"




집에와서 이글루스를 돌며 사람들의 감상평을 훑어 본다.

아아, 그래 그렇지. 어라? 실제 있었던 일이네.

영화의 디테일한 부분을 상기해보며 적잖은 후폭풍을 느낀다.


이하는 어쩌면 스포일러-------------------------------------------------------------------



.... 자리에 누워서 생각해보면 말이지.

... 영화의 시작과 결말을 기억하면서 생각해보면 말이지.



영화에서 배우의 우스개로, 손짓 하나로 처리해버린 부분이.

정말 미칠듯한 비극인거야.



정말 정말 사람들이 몇번씩 미쳐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관객들이 다 깔깔거리고 웃을 짓을 한두번 하더니

병신 또라이같이 걸레된 몸뚱이 툭툭 털고 가족 이름 외치며 또 사지로 뛰어 가는거야.



.... 그리고는 눈이 펑펑오는 깜깜한 밤에 말이지,

아무것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 섬처럼, 코딱지 만한 구멍가게에 불을 밝히고 말이지.

아버지는 총한자루 옆에두고 불안에 벌벌 떨면서 말이지.

새끼는 좋아라 자다 일어나서 말이지,

이상하게 따뜻하고 이상하게 아늑해 보이는 식탁에서,

가족이 밥 한숟갈 먹으며 영화가 끝난다고!!!!


으악;; 악악;;



나보고 이 작품을 평하라고 한다면.

삼대나 태평천하 류의 계보를 잇는 '가족 잔혹사'라고 칭하겠어;

너무 현실적이어서 잔혹한 영화라고 한다면, 영화가 잔혹한건지 현실이 잔혹한 건지 -_-





감독은 - 칸에서 재밌었으면 한국 관객은 2배로 재밌을 거라 했지만,

재미는 무슨; OTL 밤새 찔찔 울다 지쳐 블로그질 하게 만드는 영화다.




그냥 뭐랄까.

한국 고유의 정서와 그 아이러니를 이 시대의 코드로 풀어내면 이런식으로도 나오는구나. 싶은데다가,

수능용 주제요약: 삼대. 뭐 그런 텍스트에서 봐 온 민족의 비극 어쩌구 하는 적당한 문구들이

절절하게 와닿게 되었달까나.




요새, 특히 '나나'라는 순정만화에 빠졌는데.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어른'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달까나. 하는 부분이 있다.

시각의 어른 스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내 스스로 어린 부분을 깨닫게 됨을 말하는 것인데,


세상을 뜯어 고쳐서 살기좋은 세상을 만든다면, '괴물'같은 영화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다만, '괴물'에 나타난 과거 비극의 결과물들이 빚는 더 속쓰린 비극들에 대해서

'그래, 정말 그랬지.'하고 훌쩍 인정해 버린 다음에

꾸역꾸역 가족을 데리고 밥 한끼 먹는 삶을 그리는 시각이 말이지.

너무나도 어른스럽다고 느꼈다.




사람이란 생물을 이해하고자 하지만, 너무나도 멀었다.


너무나도 멀었다.



p.s. 정말 내가 사는 시대에 송강호라는 배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모른다.

덧글

  • Goodpen 2006/08/04 00:25 # 삭제 답글

    오달수가 최고지.
  • 히요 2006/08/06 12:18 # 답글

    송강호, 봉준호 등,,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게 참 행운이라고 느껴져요, 정말 ^^

    안녕하세요*
  • Xerx 2006/08/06 21:14 # 삭제 답글

    굿펜 / 그런걸 다 진짜 사람이 소리내더라 [.....] 두번보고 알았어;
    히요 / 어이쿠야; 이런 외지까지 오셔서 트랙백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
  • 갑준 2006/08/18 01:05 # 삭제 답글

    나도 괴물봤어...덜덜덜...우리 무서운 사회에서 살고 있구나...
  • Xerx 2006/08/23 00:33 # 삭제 답글

    흙 ㅠ_ㅠ 정말 그렇죠.
    그 사회의 톱니바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또 더 무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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